글
Text 2015. 2. 22. 16:42[갤리민호] 선
#수위주의
절망할 여유를 제거하기 위한 노동은 강도가 높았지만, 십 대 소년들의 몸은 그것으로도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창조자들에게 술이나 포르노 따위를 요구했다. 하지만 창조자들은 그런 사소한 여흥을 위한 도구까지 챙겨주는 아량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술을 담갔고, 직접 섹스를 했다.
갤리의 술은 끔찍했고, 섹스는 그럭저럭할만했다.
그것이 과연 섹스라고 불릴만한 것인지는 누구도 몰랐다. 경험 없는 머릿속 지식에 기반을 둔 욕구를 풀기 위한 행위는 발기와 삽입, 그리고 사정만이 존재했다. 애정과 친밀을 바탕으로 하는 키스를 포함한 애무도 없었으며, 그것으로 행위자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도 발전하지 않았다. 차라리 두 명이서하는 자위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섹스라고 불렀고, 붙어먹는 이들을 파트너라 칭했다.
"미친 놈."
민호는 파트너로서 인기가 있었다. 그것도 삽입당하는 쪽으로, 좆을 아랫 구멍이나 허벅지 사이에 끼우는 쪽으로. 의외일지도 몰랐다. 그는 이 공터에서도 손꼽히는 크고 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성격도 험했으며, 입은 성격보다 더 더러웠다. 여자 역할을 하기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다른 공터인들을 자극했다.
특히 갤리 같은 놈들을.
"하자."
갤리는 욕을 먹으면서도 꼬리뼈를 따라 민호의 엉덩이 골에 중지를 집어넣었다. 미로를 뛰어다녔던 민호의 몸에서는 지도실에서 한 김 식혔음에도 불구하고 땀 냄새가 났다. 숨만 쉬어도 그곳에 강한 수컷이 존재함이 명백해질 만큼 강했다. 보통이라면 악취일 것이라도 그것이 저에게 깔릴 예정이라 생각하니 도리어 흥분만을 가져왔다. 갤리의 물건이 발기했다.
땀이 찼던 엉덩이 사이를 누가 벌려서 바람이 통하는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민호는 벌써부터 불룩 솟은 갤리의 가랑이 사이를 보고 비웃었다. 거시기만 멀쩡한 미친놈 새끼. 엉성하게 섞여 붙은 근육과 지방은 물컹했고, 대가리도 좀스러운 졸보놈. 온갖 비방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민호는 비웃을 뿐, 순순히 허리띠를 풀었다.
갤리도 민호의 손이 버클에 가자마자 제 지퍼부터 내려 좆을 노출시켰다.
민호에 박고 싶어 하는 놈들이 아무런 봉사가 없어도 러너들의 치프를 깐다는 사실에 발기하는 변태들이라면, 민호는 저보다 덜된 모자란 사내놈들이 제 몸을 타고 헉헉거리는 것에 흥분하는 변태였다. 싫은 놈이면 싫은 놈일수록 좋았다. 웃겼고 유쾌했고, 자극받은 내장은 저의 물건을 간질거리게 했다.
박혀 자극받은 후장보다는, 이성을 잃고 찡그린 상대의 표정이 더 좋았기에 민호는 정상위만을 고집했다. 등이 쓸리거나 야외 에서 하기에는 불편하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벌려지는 후장으로 침 범벅인 손가락과 서늘한 바닥 공기가 들어왔고, 이미 미끈거리는 갤리의 좆대가리가 민호의 올려 붙은 고환을 건드렸다. 둘 다 더워진 공기에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고 있었고. 그들이 엉겨 붙어먹는 장소가 나무로 가려져있지만, 누구나 올 수 있는 숲 속이며 아직 해가 떠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갤리와 민호 둘 다 나오는 신음을 어금니를 물고 목구멍에서 울렸다. 가래가 끓고 숨을 고르는 소리만이 딱정벌레 날갯짓의 짤깍거림과 섞여들었다. 갤리는 제 좆 끝을 조이는 민호의 구멍에, 민호는 추하게 구겨지는 갤리의 얼굴에만 집중했다. 대화는 없었다.
"시발."
민호는 치고 들어오는 갤리의 움직임을 견디기 위해 손에 걸리는 데로 바닥의 것들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뒤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벗을 필요가 없어 그대로 입고 있던 셔츠가 가슴띠까지 올라가고 맨 등살이 흙바닥에 쓸렸다. 드러난 배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선망할 단단하게 죄여진 근육으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온 신경이 박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던 갤리의 시선이 올라간 것은.
체모가 적은 동양인답게 민호의 배꼽 근처는 다른 이들처럼 음모가 올라간 배랫나루 없이 갈라진 복근이 그대로 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팔과는 다르게 셔츠에 가려진 피부는 유난히 밝았다. 그랬기에 그 위에 뿌려진 검붉은 잇자국들은 가려지지 않았다.
갤리의 추삽질이 멈추었다.
"어떤 놈이야!"
민호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갤리를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다 봉창 두드리는 개소리야 원래 저 새끼의 특기라고 하더라도, 박던 도중에 그런 적은 없었다. 혹시 근처에 엿보던 딴 놈이 있어서 저러나 싶었지만, 이 공터에 치프 러너인 민호와 대장 노릇하기 좋아하는 갤리가 그 짓을 하는 걸 관람할 만큼 간이 큰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뉴트나 벤 혹은 알비가 떠올랐지만 셋 다 그럴 인물들은 아니었다.
"닥치고 박아."
아직 제 구멍이 벌렁거리고 있다. 이렇게 흥이 깨지는 건 사양이다. 민호는 고압적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명령했다. 그러나 갤리는 도리어 민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어깨를 움켜잡았다.
"어떤 새끼가 이랬냐고! 뭘 했길래 이딴 걸 달고 다녀!"
그제야 민호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울긋불긋한 자국들이 보였다. 누구였더라. 벤이었던가. 확실하진 않았다.
"아마..."
"아마?"
눈알을 굴려 다시 갤리와 시선을 마주친 민호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발정 난 개새끼처럼 풀린 눈을 했던 놈의 표정이 변했다. 눈가가 굳어졌다. 다시 제 배를 내려다보았다. 그 새 축 늘어진 저의 물건이 보였다.
식어버렸다.
"제길."
민호는 워커 발로 갤리를 밀어 잡혀있던 어깨를 때 내었다. 갤리가 엉거주춤 중심을 잡는 동안 벌떡 무릎에 걸려있던 팬티와 바지를 올려 버클까지 채웠다. 갑자기 밀쳐진 갤리는 하반신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민호에게 따질 듯 달려들었지만, 민호가 더 빨랐다. 손을 뻗어 갤리의 가슴을 쳐 다시금 거리를 벌렸다.
"이제 네놈이랑 안 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일방적인 통보였다.
미로 내에서 명령을 내리고 무리를 이끄는 입장에서 민호는 허튼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 지금뿐만 아니라 갤리는 언제나 민호에게 거절당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그 무게를 몇 년간 민호와 함께 공터인이었던 갤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제 아래에 깔고 싶었던 것이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릴 것 같이 굴던 갤리는 제 꼴이 얼마나 우스운지 깨달았다. 갤리는 덜렁거리는 물건을 바지 춤에 집어넣어 지퍼를 올린 다음 한층 꺾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 새끼 때문에?"
네 몸에 자국을 새긴 새끼랑만 몸을 섞고 싶어서?
"그럴 리가."
민호는 비웃었다. 그들이 하는 것은 섹스라고 불리지만 섹스가 아니여만 했다. 누가 저를 박던, 저를 박은이가 또 어떤 구멍에 박던 상관하지 않아야 했다. 제가 박히는 것은 남자 새끼들의 똥구멍에 좆을 세울 자신이 없었고, 박히는 것이 좀 더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다. 박는 놈들은 반대일 것이다. 그 사이에 그런 이해타산과 성욕 외의 것들은 없어야만 했다.
갤리는 선을 넘었다. 그것뿐이다.
민호와 갤리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숲에서 벗어났다. 갤리는 그의 무리로, 민호는 러너 무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싫어한다.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가다나] 배움 (1) | 2015.03.08 |
---|---|
[나가다나] 장례식 (0) | 2015.02.22 |
[이자미카] 벌레 (0) | 2015.02.22 |
[토리코마] 비독점계약 1,2 (0) | 2015.02.22 |
[야마츠나] 危 (0) | 2015.02.22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