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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2015. 2. 22. 16:38[야마츠나] 危
봉고래 데치모는 무서운가?
열에 아홉은 그 질문에 대해 긍정을 표할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뇌의 용량이 부족하거나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갓 태어나 그 이름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인간일 것이다.
하지만, 사와다 츠나요시가 무서운가? 라는 질문에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일단 그 이름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니까. 이탈리아와 북미 마피아의 정점에 선 대부의 이름이 일본계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이름의 주인을 아는 자라고 할지라도 그에 따른 대답은 극명하게 나뉜다.
봉고래 패밀리의 마피아거나 봉고래의 산하에 속해있는 마피아라면, 그 젊은 대부의 인품을 생각하고 쓴 웃음을 지을 것이다. 마피아가 아니지만 그의 지인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밖의 그 이름을 아는 마피아라면 앞선 질문을 받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봉고래 비의 수호자, 야마모토 타케시, 봉고래 데치모의 중학교 동창이자 측근중에서도 최측근인 남자는 두 질문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무도 그에게 그것을 묻지는 않겠지만, 근본이 솔직하고 거짓을 싫어하는 그라면 그럴것이다.
"츠나."
야마모토는 원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이에 세라믹 강판이 들어간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무실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응접용 소파에서 츠나요시는 몸을 깊숙히 파묻고 있었다. 야마모토는 거침없이 그에게로 걸어가 바로 옆에 앉았다.
"임무는 완료했어."
마찬가지로 고개를 젖히고 팔을 벌려 몸을 한껏 기댄 야마모토는 츠나요시의 대꾸를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야마모토의 양복은 잔뜩 구김이 가고 풀어해쳐 있었고, 츠나요시는 목까지 단추를 채운 셔츠 위에 니트 소재의 가디건을 입었다. 그것 때문인지 같은 나이의 동양인 남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양쪽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달랐다.
야마모토가 한숨을 돌릴쯤에 츠나요시는 입을 열었다.
그의 예민한 감각은 야마모토의 땀냄새와 체취로도 가려지지 않은 물과 피의 비린내를 느꼈다.
"결과는?"
"보고서는 깔끔하게 정리되서 올라오겠지만."
야마모토는 벌써부터 찡그려지는 친우의 미간을 보았다. 그는 야마모토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몸을 말았다. 얼굴의 반을 화상투성이의 손이 가렸다.
"전멸이야."
봉고래의 전멸이 아니다. 그러한 결과를 제 사람을 끔찍하게 아끼는 사와다 츠나요시가 허락할리가 없다. 전멸한 것은 남미에서 넘어온 신 마피아 세력으로, 봉고래를 포함한 이탈리아 마피아의 율법을 거부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반 수 이상을 야마모토가 죽였다. 야마모토는 불꽃을 둘렀음에도 혼란한 상황에서 피를 뒤집어썼던 시구레 긴토키를 떠올렸다.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미안해."
그리고 그 임무를 명령한 최종 결정자이자 책임자는 사와다 츠나요시, 지금 사과하는 자신의 친우이다.
츠나요시는 미안했다. 친구이자 동료에게 살인을 명령한 것도, 그가 자신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게 된 것도, 그가 마피아가 된 것도. 모든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모든 것은 사와다 츠나요시의 책임이었다.
"괜찮아."
야마모토는 폐부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참으며 간신히 웃었다.
'츠나에게 자각은 없다.'
이제 친구의 키는 평균을 웃돌아 왠만한 이는 내려다 볼 정도까지 되었다. 지금처럼 상반신을 곱아도 그리 유약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사와다 츠나요시가 지금보다 한참 작았을 때도 그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
키가 한뼘은 더 작고, 몸무게도 그가 한참 무거웠을 때 츠나요시는 야마모토의 생명을 구했다. 그리고 야마모토의 무한한 신뢰와 우정을 얻었다.
위로 뻗힌 머리 때문에 키가 야마모토와 엇비슷하고, 키에 비하여 가볍지 않은 몸무게를 가진 지금, 츠나요시는 그 어릴적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아닌 야마모토를 포함한 그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한다. 그리고 패밀리와 그 관계자들에게 존경과 충성을 받는다.
그렇기에 아무도 사와다 츠나요시를 탓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아니라 '우리들'을 위해서 행동한다. 그 선택이 설사 자신에게 상처가 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봉고래의 초직감에 의하여 선택된 최선의 형태이다. 모든 원망과 상처는 사와다 츠나요시를 거역하는 자들에게 돌아간다.
그의 친구 츠나는 언제나 순결하며 피해자이다.
야마모토는 고개를 돌렸다. 괴로워하는 츠나가 보였다. 언제나 희생양을 자처하는 그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대죄인 살인을 해도, 살인을 명령해도 죄가 없다. 언제나 완벽하게 무죄이다. 차마 그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최선이잖아?"
야마모토 타케시, 개인의 무력으로는 세계에서 손 꼽히는 그는 진심전력으로 그의 옆에 있는 자의 완전함이 무서웠다.
"하지만."
링도 불꽃도, 그 모든 인의와 상식을 벗어난 힘도 이보다는 인간적이다.
실수로라도 죄를 짓지 않고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이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하긴 백란도 유니도 모두 인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 셋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츠나요시가 뒷말을 잇지 못했던 연결사를 되씹었다.
무서울만큼 완벽하지만 안아주고 싶을 만큼 가련하다. 그의 강함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게 된다.
"정말 괜찮아."
야마모토는 눈을 가린 츠나요시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치며 품에 넣었다. 츠나요시는 울지 않았다.
이미 손을 때기에는 너무 깊숙히 들어와 버렸다. 그러니 괜찮다. 이것으로 괜찮은거다. 야마모토는 맞다은 온기에 살인으로 날뛰었던 무엇인가가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안심했다. 앞으로도 계속 츠나를 무서워하고 질려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괜찮다.
그것을 넘어서 나는 그가 필요하다.
야마모토는 미소를 준비하며 손을 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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